[란코프 칼럼] 인민들의 인기가 필요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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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보면 북한이라는 나라의 모습이 점차 바뀌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경제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일상생활, 선전과 정치에서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방법과 행동은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매우 다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은둔형 지도자로 불릴 정도로 항상 눈에 띄지 않도록 호젓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평생 동안 단 한번 간단한 연설을 했고 여러 차례 현지지도를 했지만 현지지도 장소는 인민군부대나 공장과 같은 공식적인 공간입니다. 또, 김정일이 인민들과 만날 때는 현명하고 엄격한 아버지처럼 행동하였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김정일의 개인 생활은 절대 비밀이었습니다. 1970년대 김정일은 성혜림이란 미인배우와 같이 살았고 그들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의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 사람들은 모두 체포되고 관리소로 보내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을 사람이 아니라 마치 신으로 생각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신부나 목사와 같은 종교인들이 옛날부터 잘 아는 바와 같이 종교를 유지하는 방법은 절대자인 신과 사람들의 거리가 멀어야 하고 비밀스러워야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 최고 령도자가 된지 일 년도 안된 짧은 기간 동안 아버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연설을 하였습니다. 현지지도 나갈 때도 주민들과 자주 만나서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미모의 부인 리설주도 자주 동행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정치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는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에서 독재국가이든 민주국가이든 지도자들은 인기가 높아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정은만큼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과거의 전통과 결별을 시도하는 지도자들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인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연히 령도자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가 후계자로 등장한 지 2년도 안 되었으니 아직 권력기반도 없고 믿을 만한 측근들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허수아비 령도자로 남아 있기는 싫을 것입니다.

그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실시하려면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수구파 간부들과 맞서 도전할 능력이 있어야 됩니다. 이러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됩니다. 그래서 그는 비밀스럽고 엄격한 독재자이기보다는 인민들과 자주 만나서 그들의 생활을 잘 이해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