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순 한국의 현대경제연구원은 북한의 해외투자 유치 정책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보고서의 발표는 결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한편으로 북한은 여전히 외국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여전히 해외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김정은 정권은 북한에서 조용하게 경제개혁을 실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북한 관영언론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주체식 사회주의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김정은의 경제정책은 1980년대 초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중국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이들 개혁 덕분에 북한 서민생활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개혁 정책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 문제는 바로 해외투자를 유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해외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벌써 1984년에 합작경영법을 통과시켰을 때부터 해외투자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북한은 26개의 경제특구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경제특구 대부분은 이름만 특구일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편으로 해외 투자를 가로막는 것은 북핵입니다. 국제적인 제재 대상 나라에 돈을 투자하려는 해외 투자가들은 거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정부는 거의 몇 개월에 한번씩 남한에 대한 '무자비한 타격'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 외국 사업가들은 물론 북한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북한측이 해외투자를 원하면서도 해외투자의 논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 역사를 보면 북한이 해외 투자를 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북한을 찾아가서 북한에서 경제활동을 했던 해외회사들은 압도적으로 정치적 이유 때문에 북한을 찾아갔던 것이었습니다. 냉전시대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했을 때, 말로만 협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대북지원입니다. 당시에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해외 기관들은 북한에서 돈을 벌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지금도 해외투자자가 투자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이 북한을 찾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유일한 이유는 돈벌이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자들이라면 돈을 벌 뿐만 아니라 이렇게 얻은 이익을 가능한 한 빨리 자기 나라로 송금할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외국투자가들의 입장에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은 북한에 위치한 기업소의 경영권을 가져야 하고, 필요할 때 근로자들을 고용할 권리, 퇴직시킬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해외투자자들의 이러한 입장과 태도를 이해할 수 조차 없습니다. 나는 북한정부의 초청을 받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업가들과 자주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측은 사실상 돈을 달라고(투자하라고) 요구하면서 경영권도 북한측이 갖고 나중에 소득이 있을 것이라는 약속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서 북한측은 투자의 기본이 되는 도로나 송전선 같은 기반시설은 투자자들이 부담해서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겪어본 외국 투자자들은 당연히 북한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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