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말쯤 일본인 6명이 북한을 방문하고 가족, 친척의 묘지를 찾아 성묘할 예정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별로 놀라운 소식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의 웬만한 나라들에서는 가족, 친족 묘지를 찾아 성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유독 북한의 경우에는 해방 이후 일본 사람들이 일본인 가족, 친족의 묘지를 찾아 성묘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일본인의 성묘를 위한 방북을 허용한 것은 인도주의적 의미보다는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북한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식 개혁을 시도하는 조건 하에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이 북한경제를 재건할 자본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북한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투자할 돈은 외국에서 들여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 정부는 돈이 많은 나라들을 대상으로 투자 자본을 끌어들일 작전을 펼칠 수 밖에 없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에 투자하거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가들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간섭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돈을 얻으려 노력합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일본이 남한과 회담했을 때, 식민지 시대에 대한 보상으로 엄청난 고액을 남한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지금 평양도 같은 보상을 받을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2002년에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인정한 것은 이러한 투자외교와 직결된 조치입니다. 주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북한 첩보 기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명령을 받고 일반인에서 중학생까지 일본 사람들의 납치를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평양이 통제하는 일본 내 친북단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절대적으로 부정하였습니다.
2002년에 김정일 위원장이 납치사건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이유는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일본에서 보상금과 투자를 받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전개된 일들은 김정일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이 납치 사실을 인정하자 일본 국민들은 과감하게 모든 납치자의 귀국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과거 잘못에 대한 사실인정은 역효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납치 문제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는 지난10여 년 동안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북-일관계가 조금씩 호전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북한 정부는 일본인의 가족, 친족의 묘지 방문을 허용함으로써 도쿄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 신호는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최신 경향을 보면, 일본 측도 이와 같은 메시지를 받고 정책을 조금 바꿀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