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잃어버린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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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역사가들은 북한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제가 보기에 가장 정확한 평가는 '잃어버린 50년'입니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경제입니다.

지난 50년은 아시아 국가가 세계무대에 등장한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침략과 싸우지도 못하고 국내 경제를 발전시키지도 못했던 아시아는 21세기 들어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경제 통계를 보면 세계적으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여전히 미국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경제 강국은 중국입니다. 세 번째는 일본입니다. 한국은 인구와 면적이 비교적 작지만 1인당 통계를 보면 프랑스나 영국을 능가하는 선진국입니다. 심지어는 어렵게 살던 베트남도 90년대 들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미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경제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지역은 동아시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도경제성장과 급격히 높아지는 생활수준을 즐기는 동아시아에서 딱 하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북한입니다.

50년 전만 해도 북한은 일본의 뒤를 이어,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된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나라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북한만큼 경제가 어려운 나라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1950~60년대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처럼 구 소련식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 경제체제가 막 시작됐을 때는 결과가 비교적 괜찮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경제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공산당 정권은 이 사실을 침묵으로 인정하면서 시장경제로 바꾸었습니다. 결국, 베트남과 중국 사람들에게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고 그들의 생활수준도 급격하게 좋아졌습니다.

처음부터 시장경제를 선택한 대만과 한국은 보다 빨리 고도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소련식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중국, 베트남과 같은 개혁이 김일성, 김정일 세습정권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만약 자신들이 김일성이 실시했던 전략을 잘못으로 인정한다면 국민들이 정권을 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들은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은 것을 체제유지의 기본 조건으로 보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닙니다.

이런 지도부의 판단으로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은 간부들이 아닌 평범한 북한 주민들입니다. 이웃나라 사람들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삶을 즐기고 있을 때, 그들은 이런 판단을 한 지도부 때문에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와 같은 사정이 언제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잃어버린 50년이 잃어버린 60년, 잃어버린 70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