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사회발전의 걸림돌 '성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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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성분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였습니다. 가족 배경에 따라 차별받기도 했고 특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공산주의 국가 가운데서 북한처럼 출신 성분을 강조한 나라는 거의 없었습니다.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에서는 서민 출신이라도 좋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고급 간부도 될 수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련정부는 평범한 출신들에게도 출세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습니다.

북한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당 비서의 아들만 당 비서가 될 수 있고 농민의 아들은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농민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현대 북한 사회는 양반의 아들만 관직을 할 수 있었던 봉건주의, 조선 시대와 비슷합니다.

북한 사회의 성분체제는 1950년대에 형성됐습니다. 초기에 이 성분체제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성분체제로 차별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식민지 시대 일제와 협력했던 사람들 또는 식민지 시대의 특권계층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차별 대상은 바뀌었습니다. 지금 성분체제는 세습 특권 계층이 된 간부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머리가 좋다고 해도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갖기 어렵습니다. 토대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봉건주의 시대에도 비슷했습니다. 당시 서민들은 아무리 똑똑해도 성분 때문에 교육도 못 받고 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봉건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 발전이 불가능했습니다. 봉건 시대에도 이런 성분 제도는 큰 문제가 됐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 심각성이 더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능력과 노동입니다. 그러나 성분체제 때문에 북한에서는 능력 없는 간부 집 아들이 지도자가 되고 진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광부의 아들은 광산으로 갑니다.

북한 언론은 남한의 빈부격차에 대해 비판합니다. 남한에 빈부격차가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한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평범한 서민 가정 출신이 많습니다. 남한의 전-현직 대통령들도 농민 출신, 많은 경우 빈농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합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 성분제도는 북한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