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이 겪은 90년대 ‘대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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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말에 이르는 5~6년 동안이 북한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영웅적인 투쟁의 시기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란 말은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대기근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 이 더 정확합니다. 이와 같은 대기근을 야기한 이유는 북한 언론의 주장과 달리 핵 무기 개발을 위한 투자도 아니고 극심한 큰물피해 때문이 아니라 북한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이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따라서 토지 개혁을 했더라면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을 것입니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국가가 소유했던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북한의 협동농장과 비슷한 국영농장을 모두 해산시켰습니다. 결국, 농민들이 자기 소유의 개인 땅에서 일하게 되자 수확량은 대폭 높아졌습니다. 토지개혁을 단행한지5~6년 만에 중국의 식량생산은 1.3배로 증가하였습니다. 새로운 기계, 새로운 비료도 전혀 없었습니다. 농민들은 원래 소유하고 있던 도구와 기계만으로 농사를 지었는데도 더 많은 생산을 해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세계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농민들은 남의 땅에서는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지주의 땅이든, 국가의 땅이든 농민들이 땀 흘려 거둔 수확을 모두 바쳐야 한다면 노력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 곡식을 많이 수입했던 러시아는 지금 세계적으로도 곡식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로 변화했습니다. 80년대 말까지도 기근을 경험했던 베트남은 지금 세계에서 2~3위의 쌀 생산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북한 또한 협동농장을 해산하고 농민들에 땅을 소토지로 나눠주어 마음대로 농사를 짓고 자기가 거둔 수확을 마음대로 시장에서 팔 수 있게 해준다면 국내식량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자들은 이와 같은 정책을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인민들의 민주화 운동이나 자발적인 협력에 대한 공포감이 있습니다. 인민들을 감시하고 통제 하는 것을 체제 유지의 기본 조건으로 여깁니다.

제 생각에는 북한당국자들의 이러한 공포는 별로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살림살이가 좋아진 농민들이 혁명을 시작한 전례가 없습니다. 지식인들이나 노동자들은 정치참여나 개인자유에 대한 관심 때문에 살기가 어렵지 않을 때도 혁명 운동을 지지한 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농민 대부분이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100% 먹을 수 있게 된다면 혁명을 시작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90년대 말 중국처럼 토지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은 실수입니다. 다른 개혁보다도 토지개혁은 그 효과가 너무 크고 체제유지에 대한 위협이 적은 안전한 정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