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부유한 한량과 비극적인 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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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 텔레비전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북한의 세습 정치를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왕국의 왕자로 볼 수 있는 김정남이 세습정치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역설적으로 세습정치는 북한 민중들뿐 아니라 김정일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국가는 미래가 어둡습니다. 경제개혁을 시도할 경우 정치위기에 빠질 수 있고 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북한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자기 개인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북한 왕족들에게 가장 합리주의적인 선택은 정치와 거리를 두는 전략입니다.

시대착오적인 경제 체제를 바꿀 수 없는 북한이라는 나라는 조만간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북한이라는 국가가 마지막 위기에 빠질 때, 그 시기에 나라를 통치하는 권력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역사는 정치 위기 때, 절대 권력자의 비극적인 결말을 잘 보여줍니다. 북한 권력의 말로도 이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자면, 북한 왕족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사람은 바로 김정남인 것 같습니다. 김정남은 십여 년 동안 쭉 외국에서 머물며 북한을 자주 방문하지 않습니다. 그는 주로 중국과 마카오에서 살고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김정남은 김 씨 왕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김정남이 돈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남의 마카오 생활을 보면 중동지역의 귀족들이나 다른 봉건주의 국가의 귀족들과 비슷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활동은 자유롭습니다.

만약, 북한에 정치 위기가 발발한다 해도 김정남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재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 민중혁명이나 음모에 의한 군사 쿠데타가 발발하는 경우에도 외국에 있고 정치 참여도가 높지 않은 김정남은 숙청대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정부와 국민들이 김 씨 왕족을 모두 싫어해도 외국에 체류하는 김정남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고 개인적 재산을 몰수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남은 큰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 늙을 때까지 부자 자본가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평양에서 세습정치의 왕세자가 된 김정은의 미래는 역사 속의 비극적인 세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