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현 단계에서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이 지금 그대로 개혁을 하지 않고 인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계속해 나간다면 적어도 김정일 사망 때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 체제는 미래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를 잘 유지하지 못하는 정치체제는 조만간 무너질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새로 생긴 북한 사회에서, 혹은 통일 한국사회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현재 북한 지배계층 출신 대부분은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도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공산주의 체제를 벗어난 국가를 보면 러시아든 카자흐스탄이든 루마니아이든 어디에나 여전히 권력을 쥔 사람들은 공산당 간부 출신들입니다.
저는 이것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걱정과 우려도 큽니다. 북한 간부들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간부들을 보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행정경험, 지식, 기술을 갖춘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간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치관은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부정부패입니다. 김일성 시대에 그리 심각하지 않았던 부정부패는 19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북한이 남한과 통일하고 민주국가가 되더라도 노동당 간부출신들은 여전히 뇌물을 요구하거나 국가재산, 사회재산을 많이 훔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정부패는 그들의 속성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간부가 뇌물을 받지 않고 국가재산을 악용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입니다. 물론 북한에서 마음이 깨끗한 간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이러한 부정부패는 국가 경제 복구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간부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 국가를 통제할 능력을 부여해야 합니다. 간부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구소련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부정부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독재보다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의 희망은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간부출신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출세를 하고 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희망적인 것은 민주주의 체제의 북한이라면 부정부패와 지배계층을 통제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민주정치를 통해서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 서민들은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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