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근 분위기를 보면 김정은 시대의 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대장은 아버지 김정일을 대동하고 현지지도를 하곤 합니다. 또 중국을 비롯한 해외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할 때도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통과의례입니다.
북한에서 세습정치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간부들 중에는 김정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정권에 대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김정은 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새로운 세습 독재자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어떤 정책을 실시할까요?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주민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효율성이 없는 경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할까요, 아니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할까요?
최근에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외국에서 유학을 한 김정은은 세계의 흐름을 잘 알고 북한 체제의 오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를 개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북한 지도자가 된 이유는 세습 독재자의 아들, 세습 독재자의 손자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건설해온 제도를 많이 바꾼다면 그의 권력 기반도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그의 측근들은 압도적으로 김정일 시대 간부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정치노선을 바꾸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단국가인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과 개방은 체제유지를 위협하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독일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분단국가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완화한다면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김정은 정권이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배울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북한도 똑같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결국 북한 민중은 체제를 비판하고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특권계층은 이것이 가장 두려울 것입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젊은 간부들은 개혁과 개방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이 정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올해 초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김정은은 지금까지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물론 북한 체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김정일의 사망은 큰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