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영림 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처럼 최 총리는 중국 동북 삼성, 즉 만주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고급 지도자들이 이토록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적지 않은 기자와 학자들이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 돼가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분명,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이익에 맞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또한 중국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가장 많은 자원을 제공하는 원조국가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먹는 식량의 10%가 중국에서 공짜로 지원된 식량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돕니다. 물론, 북한은 중국에 지원을 더 해달라고 계속 요구합니다. 최 총리도 이번 중국 방문에서 더 많은 원조를 요청했을 것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많은 지원을 북한에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상 중국은 북한의 가족세습 독재를 결코 지지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세습정치는 봉건주의시대의 잔재입니다. 또 개혁, 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경제제도는 시대착오적이며 비합리적입니다.
이런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전략적인 이유에서입니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완충 지대로써 북한이 필요합니다.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중국은 심각한 국제적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또 경제를 위해서도 중국은 이웃 지역의 현상유지를 원합니다. 북한 붕괴나 남북통일은 중국 경제에 득이 될 건 없습니다. 특히, 북한 체제가 무너진 뒤 한반도가 통일되면 통일 국가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도 중국에 대해 환상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북한 외교관들은 중국의 우려와 걱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지원이 계속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가장 큰 지원국인 동시에 위험한 이웃으로 북한은 중국을 인식합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중국은 일반주민들이 알아서는 안 될 많은 정보와 지식이 흘러들어오는 큰 구멍입니다. 수십 년 동안 북한 언론의 왜곡된 보도만 보던 북한 주민들은 중국과 교류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을 배웠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중국이 완충지대로 북한이 필요로 하지만 김 씨 세습 정권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김정일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경우, 중국이 비밀리에 이 세력을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자들은 중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북한 인민과 하급 간부들이 중국과 접근하지 않도록 일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악어새는 악어의 입 안으로 들어가 입에 있는 찌꺼기를 제거해주고 악어는 악어새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악어와 악어새, 이것이 지금 중국과 북한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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