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서울의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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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 대부분은 평양에 외국인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국인이 전혀 없는 북한의 시골보다 평양에 외국인이 비교적 많이 체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겨우 수백 명에 불과합니다.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 화교를 포함하면 만 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남한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120만 명에 육박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2009년 12월을 기준으로 1,168,477명의 외국인이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아마 청취자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남한에 미국 사람, 일본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나 하실 겁니다. 또 이중 대부분이 미군 관계자나 미군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근 십년을 살고 있는 제가 말씀 드리자면 서울 거리엔 미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120만 명 외국인 체류자 중 미국인은 10분의 1, 즉 12만 명에 불과합니다. 일본인들의 숫자도 48,000명으로 4%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 남한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다 누구일까요? 압도적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과 같은 아시아 나라 출신들입니다.

2009년 통계를 보면 외국인 체류자 절반이 중국 사람입니다. 베트남 사람이 9만 명, 필리핀 사람은 5만 명입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인구가 비교적으로 적은 몽골 국민도 3만 명이나 남한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이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남한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 보도를 한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한에 와서 살고 있는지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이들은 자국보다 남한에서 돈을 더 잘 벌 수 있기 때문에 남한에 온 것입니다. 북한 당국으로써는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입니다.

남한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게으른 성향이 있습니다. 독일이든, 일본이든, 프랑스든 부자국가 국민들은 어렵거나 위험한 직업을 기피합니다. 남한 사람들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남한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을 비교적으로 싼 노임을 받고 대신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아주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중국 사람이나 베트남 사람이 남한에서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면 그 돈으로 고향에 돌아가 집 한 채, 가게 하나는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매월, 미화로 1,500 달러 정도 버는데, 중국 만해도 이 정도면 큰돈입니다.

남한에서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점점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럴수록 북한 언론은 눈과 입을 더 철저하게 닫아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