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김정은 시대와 중년 간부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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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한은 '김정은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북한에서 나오는 보고를 보면, 김정은 대장은 그가 믿을 수 있는 간부들에게 고위 직책을 주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것은 당연한 행동입니다. 정치 지도자는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을 주요 직책에 임명하곤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지도자의 눈과 귀, 그리고 손이 됩니다. 그래야 지도자는 나라를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서 한 가지 지적할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임명한 간부들의 나이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나이를 29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27살이나 28살정도인 걸로 파악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북한에는 30대 간부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것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30세나 35세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 나이도 아닙니다. 나이 많은 사람과 비교해 경험이 미천할 수는 있겠지만,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경향을 파악하는 능력과 분석력은 뛰어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간부들의 세대교체를 하다보니,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희생자들은 40~50세 간부들입니다. 그들의 정치적 생명력이 많이 짧아졌다고 판단됩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의 고급 간부들 중 김일성 시대의 인물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은 1970년대 말 김정일 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임명된 간부들입니다. 당연히 그들의 나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와 대체로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 이들은 대부분 60~70세입니다.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이들은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퇴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에도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이들은 정치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중 김정일 위원장의 사후에도 권력을 누리는 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 대장이 이렇게 젊지 않았다면, 현재 70세 이상인 간부들을 대체할 세력은 50~60세 간부들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어린 나이 때문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70세 이상인 간부들을 대체할 이들은 쉰 살 이상의 간부가 아니라 서른 살에서 서른 다섯 살 정도된 간부입니다. 196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최고 권력층에서 물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소련의 역사에서도 아주 비슷한 현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중엽 소련 공산당의 총 비서가 된 사람은 고르바초프였습니다. 당시 그는 50세 초반이었습니다. 물론 그도 주요 직책에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을 임명했습니다.

그 이전에 총 비서였던 브리야조프는 고르바초프와 비교하면 나이 차이가 30살 정도 났습니다. 다시 말해, 1980년대 소련의 고급 간부들은 70~80대의 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겁니다. 그 노인들은 1980년대에 거의 모두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대체한 세대는 다음 세대가 아니라 그 다음 세대였습니다. 소련에서도 당시 55세 이상의 간부들은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는 나이가 많은 고급간부 때문에 자신들이 잘 나가지 못했고, 나이가 많은 간부들이 사망하거나 퇴직한 이후에는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이 주요 직책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문제를 그리 중요시 하지 않습니다. 저는 북한의 중년 간부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야심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갖고 있을 정치적 불만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왜냐면 그들의 불만은 북한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역사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불만을 품고 있는 야심가들은 무서운 정치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