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남한사람의 북한에 대한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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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러시아 사람이지만 15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아 왔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러시아나 서양국가로 가게 되면 한국 생활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질문내용을 들어보면 러시아 사람이든 서양 사람이든 남한 주민들은 북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사실은 사뭇 다릅니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남한에서는 북한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남한사람들도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요즘 남한 언론을 보면 북한관련 기사가 거의 없습니다. 남한 신문은 보통 30여 페이지 정도입니다. 그 많은 페이지 가운데 북한관련 소식은 한 페이지도 없습니다. 보통 북한관련 기사는 2-3개밖에 없지만 미국이나 중국관련 기사는 그보다 2-3배 정도 많습니다. 일본에 대한 관심은 중국만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북한보다는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남북한 교류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생긴 일이 남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개발이나 미사일개발 때문에 남한에서 긴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문제를 빼면 북한에 무슨 일이 생겼더라도 남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제일 좋은 사례는 1990년대말 입니다. 당시에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대기근 사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65만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남한 젊은이들 가운데에서는 다이어트 바람이 전례 없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어트란 말이 무슨 의미일까요? 몸을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서 식사를 관리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멀고 먼 동남아 국가인 태국에서 금융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위기는 남한 금융시장이 흔들리도록 하고, 결국 경제상황 악화를 초래하였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무시하는 동시에 미국이나 일본, 특히 중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이라는 나라가 추상적인 성격을 띄게 되었습니다. 이산가족 이야기가 많지만 이산가족이라고 해도 북한에 남은 친척, 가족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은 80세 이상 노인들 뿐입니다. 젊은 이산가족들은 당연히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북한 친족들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문화적으로도 북한은 남한에 대해 영향을 줄 게 없습니다. 북한 사람 대부분이 노동신문과 같은 북한 언론의 주장을 믿고 남한 주민들은 북한 영화나 음악을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을 줄 알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꽤 멉니다. 물론 남한에서도 북한영화나 음악은 제한이 있지만 말로만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보고 싶은 사람이면 컴퓨터로 별 문제없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젊은 사람 대부분은 북한 작품이 너무 재미없어서 볼 기분이 전혀 안 난다고 말합니다.

결국 남한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자꾸 약해지는데 따라 남북통일에 대한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남북한 통일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활발한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