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부는 얼마 전에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14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의 기본 목적은 외국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북한 경제가 빨리 성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경제개발구를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말, 경제개혁을 시작한 중국은 수많은 경제특구를 설치했기 때문에 외국에서 많은 자본과 기술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고 고도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한도 비슷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극복하기 어려운 여러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현 실정에서 북한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 외국 사업가들은 별로 없습니다.
1970년대 말 중국이 미국, 일본, 유럽에서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미국을 비롯한 많은 외국 정부들이 중국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소련과 사이가 너무 나빠서 사실상 미국과 거의 동맹관계를 맺고 소련에 대항했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지원이 바로 힘있는 동맹국가에 대한 지원을 의미했습니다.
둘째로,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가능성이 엄청납니다. 당시 중국의 경제특구에 투자한 외국 회사들은 10억 이상의 인구가 있는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논리를 감안하면, 이만큼 커다란 시장은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로,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았습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요란하게 비판했지만 사실상 외국법인 재산 및 외국투자 자본을 철저히 보장하고 잘 지켜주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주 다릅니다. 미국이나 유럽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쓸모 있는 동맹국가이기는커녕 아주 위험한 비정상적인 국가입니다. 북한의 내수시장도 세계기준으로 보면 아주 작습니다. 북한은 외국으로부터 빌려 쓴 차관을 돌려주지 않는 상습적인 채무불이행 국가이기 때문에 신뢰가 없습니다.
북한의 객관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서양에서 투자유치하기가 너무 어려울 것입니다. 그나마 대북 투자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정부는 한반도에서 영향력과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대북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대북지원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가만히 앉아서 중국에서 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해야 할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이 중국에 대해 더 중요한 외교적 양보를 해야 중국에서 많은 차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계층은 현 단계에서 이러한 양보를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중국에 대해 상당한 불신감 및 적대감을 갖고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필요한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특구정책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정책이 잘 실현될지 의심스럽지만 잘만 이뤄진다면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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