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 고급 간부 생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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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평범한 인민들은 고급간부들을 볼 때 어느 정도 부러움이 있습니다. 고급 간부들은 비싼 자동차를 타고 외국 여행을 가며 일반인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사치스런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고급 간부들의 생활도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아랍사람들이 자주 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임금의 명에 따라 왕궁에 불려 가는 신하들은 갈 때 수의를 가져가야 한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절대 권력과 가까울수록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얘깁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것은 절대 독재 국가나 절대 군주제 국가의 특징입니다.

북한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 학생들은 1948년에 북한을 창건한 사람들이 김일성을 비롯한 항일유격대 출신들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1940년대 말의 북한을 보면 박헌영과 김두봉 같은 인물들은 김일성과 거의 비슷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노동당 지도자를 보면, 유격대 출신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소련 공산당 및 중국 공산당 출신의 간부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박창옥, 허가이, 김창만, 최창익과 같은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모두 다 종파분자나 미국 간첩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숙청되고 사라졌습니다. 사실상, 1940년대 말 북한 지도부에서 4분의 3 정도가 숙청으로 희생되었습니다.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숙청된 사람들의 규모가 과거만큼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자동차를 타는 고급 간부들은 그들대로 매일같이 위협에 직면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잘못이나 경쟁자들의 암투 때문에 갑자기 감옥으로 갈 수도 있고 고문을 당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권이 이양(위임)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정권을 잡았을 때부터 숙청 당한 간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리영호 인민군 전 총참모장입니다. 지난 7월에 자리에서 물러난 리영호가 현재 살아있는지 알 수 없고 이런저런 소문을 들어 보았을 때는 체포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희생양은 박남기 국가계획 위원장입니다. 그는 2009년 화폐개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숙청을 당했습니다. 사실상 2009년 화폐개혁을 시행한 사람은 박남기보다 고 김정일 위원장 및 김정은 제1위원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렸습니다.

또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동측 보위부 제1 부부장 그리고 김정각 인민 무력부장도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행방불명 된 상태입니다. 이들은 북한 지도부의 내부 권력싸움 때문에 숙청을 당한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들보다 조금 직급이 낮은 간부들, 특히 상당수의 보위부 중간 간부들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북한 고급 간부들의 특권층 생활에 부러움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민주국가에서는 권력 싸움에서 패한 정치인은 고향에서 손자손녀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회고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권력투쟁에서 패한 사람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도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