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김정일 1주기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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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한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사망 1주기를 맞으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생활, 그의 성공 및 문제점에 대해서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정일의 정치는 국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개선하지도 못했고 대외정책에서는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모험주의 정책을 감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1년이 되었기에 나쁜 면보다는 고인에 대해 좋은 면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김정일 시대가 김일성 시대보다 더 좋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과연 있을까요?

물론,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김일성 시대에 비교적 잘 살았고 김정일 시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고난의 행군을 비롯한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모두 김정일에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고난의 행군을 불가피하게 한 것은 김정일 정치 보다 김일성의 정치였습니다. 김일성 시대에 형성된 시대착오적인 경제체제는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소련과 중국의 지원 중단은 북한의 경제위기를 초래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실패였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상, 김정일 정권은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그리 엄격히 제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 덕분에 북한은 장마당 같은 제한적인 경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었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장마당을 공개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지만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국민들을 도와주는 방법의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부분은 정치범에 대한 그의 태도 변화입니다. 물론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예전 그대로 기본 정치 자유마저 인정하지 않는 독재국가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시대에 비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정치범들의 가족들을 모조리 관리소로 보내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좋은 변화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2년에는 경제개혁까지 시도하였습니다. 비록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경제개혁의 필요성만큼은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김정일 위원장이 국민들의 복지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은 체제유지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 1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그가 비록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제개혁의 필요성만큼은 알고 있었던 통치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