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이 김정은을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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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지 열흘 정도 되었습니다. 물론 기간이 너무 짧아 아직 김정은 정권이 실시할 정치 노선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권력 세습 절차를 보면 놀랄만한 일은 없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띕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갑작스러웠지만 김정은 등장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그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대장 계급을 받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동시에 김정일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그리고 그의 남편인 장성택은 승진하였습니다.

이것을 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는 것에 대해 아무 의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경험도 없는 젊은이는 스스로 통치하기 어려워 도와주는 사람, 바꾸어 말하면 후견인을 필요로 했습니다. 장성택과 김경희는 이러한 후견인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말부터 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고 김경희와 장성택이 후견인들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최신 소식을 보면 예측한대로 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직후부터 29살 젊은 김정은은 최고 영도자로 인정을 받고 북한의 새 지도자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수요일 영결식 때에는 운구차량 오른쪽에 자리잡았고 김정은의 뒤로 장성택이 있었고 왼쪽에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있었습니다. 이 구도는 장성택이 후견인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예측대로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권력 세습은 안정적으로 이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독재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지도부의 다툼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이러한 모습은 아직 비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통치배(통치자)들이 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서로 다투기 시작하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분단국가인 북한에서 지배계층이 불안정해지면 체제가 쉽게 붕괴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 지배계층은 싫어도 같이 가야 하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김정은은 체제 유지, 특권과 권력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현 단계에 그들은 김정은을 최고 영도자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김경희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 구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28일의 영결식은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