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줄어드는 중국 내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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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주 중국 접경지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열흘 동안 연길시, 단둥시, 그리고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그 지역들을 방문한 지 4년여 만에 다시 찾아간 것입니다. 그 4년 동안 접경 지역의 모습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중국의 성장과 변화를 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통계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변지역에서 탈북자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중국 접경지역에 있는 탈북자들의 숫자는 적게는 2천여 명, 많게는 8천여 명까지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중국 공민 남자와 함께 살고있거나 또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중국 공민증을 받은 탈북 여성들의 숫자까지 감안한다면 좀 더 많을 것입니다. 1990년대 말에 중국 내 탈북자 숫자가 거의 20만 명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탈북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은 분명합니다.

탈북자의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북한 측의 국경경비 강화가 제일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유일한 이유로 볼 수 없습니다. 중국 내 상황을 살펴보면 탈북자들이 예전보다 중국에 입국하는 것이 더 어렵고 중국 사회에서 적응하고 살기가 점점 더 어렵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2-3년 전까지 탈북 문제를 외면했던 중국 정권은 최근에 탈북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국경을 따라 철조망을 설치하기도 했고 많은 감시 시설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을 많이 받아들였던 조선족 사회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대부분은 중국에 도착하여 친족들을 찾아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남아있는 친족, 가족들을 기억하고 어떻게든 돕겠다고 생각하는 조선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젊은 조선족들은 그들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고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도 나이 많은 조선족에 비해 아주 약합니다. 젊은 조선족들은 중국처럼 경제개발을 이루지 못한 북한을 무시합니다. 물론 북한에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조선족들은 북한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짜증과 불만을 탈북자들에게 돌립니다.

제가 이번에 가서 보니 대규모 탈북 시대는 몇 년 전에 이미 끝났습니다. 현재 연변 쪽에서 불법으로 취업한 북한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북한여권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체류 기간이 끝났는데도 귀국하지 않고 불법 취업해서 돈을 버는 그들은 90년대 말의 탈북자들과 다른 북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