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장마당이 상징하는 북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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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정부는 화폐 개혁의 실패를 분석해 장마당에 대한 단속과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역시, 북한 지배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회 경향은 이 장마당의 등장일 것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북한 사회 내에서는 자발적인 시장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살아남을 길이 장사뿐이기 때문에 이북 서민들은 가동하지 않는 국가 공장을 떠나 장마당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은 체제유지를 위협하는 장소입니다. 시장으로 나간 사람들은 어용 선전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소문을 듣고 정부의 감시와 통제를 피해 개인 관계를 조성할 기회도 얻습니다. 또 시장의 맛을 본 북한 주민들은 일종의 주민 통제 수단인 배급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중국 개혁의 성공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의 위정자들은 시장 경제의 효율성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경제 성장보다 체제 유지를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식량 사정이 조금 나아진 2005년 이후 다시 단속과 탄압의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는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것을 옛날로 돌리지 못했습니다. 배급을 예전처럼 제대로 줄 수도 없었고 시장을 잘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2008년 말에 준비했던 시장개편, 2009년 말에 실시한 화폐개혁. 이 모두가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정책 모두 실패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공산권 독재 국가들은 20세기에 이미 시장 세력에 굴복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보위부나 인민군을 동원할 수 있는 위정자들이 장마당에서 중국산 신발이나 야채를 파는 수많은 아줌마들의 집단적인 힘에 점차 무력화 되고 있습니다.

시장 통제가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사회 동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소동이 2000년 이후 여기저기에서 발생하곤 하는데, 이 소동의 이유가 주로 시장 단속 조치에 대한 민중의 불만입니다. 그래서 북한 독재정권은 국민들의 의지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북한의 미래를 암시합니다. 단속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특권계층들이 독점한 국가 권력에 도전할 세력은 보이지 않게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