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사를 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특성을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이든 김정일 시대이든, 혹은 김정은 시대이든 북한의 지도자와 지배계층은 기적을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사회개혁, 즉 사회구조 변화를 하는 것보다 한순간에 기적과 같은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모든 어려움을 풀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 시대의 다락밭 이야기를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60년대 말부터 농업발전이 둔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한 농업 때문에 북한 농민들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을 비롯한 북한 지배계층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더 많은 경지를 얻으면 농업을 살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다락밭을 많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락밭 개발은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90년대 북한 농업기반에 심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바로 다락밭 때문에 95~6년 홍수가 그만큼 심했던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희망을 많이 걸던 기적은 바로 CNC 신식기술입니다. 10여 년 전 북한의 언론을 보면 CNC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당시 북한 정부는 이 기술을 도입했을 때, 경제가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대로 되지는 않았고, 요즘 CNC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희망은 국제관광 발전을 통한 기적입니다. 올해 신년사를 보면 관광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북한 지배계층의 희망은 외국인 손님들이 북한을 많이 찾아 그들이 가져와 쓰는 돈 덕분에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 또한 하나의 환상에 불과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 여행사들은 외국손님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만 성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계절에 상관없이 바다수영을 즐길 수 있는 동남아와 스키를 탈 수 있는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을 갈 수 있는 외국인들이 자연조건도, 시설도 그리 좋지 못한 북한으로 굳이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가 그 기적과 같은 경제발전에 대한 희망을 갖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를 비롯한 위대한 학자들이 벌써 200여 년 전부터 발견한 바와 같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방법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 사회의 경제구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게으르게 일하는 사람 모두 국가에서 받는 보상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개혁과 개방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중국의 경험은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배계층은 사회구조가 변화했을 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얼마 전까지도 기적과 같은 기술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허황된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해야만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