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수소탄 실험 주민선전용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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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아침 북한은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외국에서는 이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갈수록 북한 제4차 핵실험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가 많이 수집되면서 이번에 실험한 것은 수소탄이 아니라 일반 핵실험이었다는 데 대해 의심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북한은 왜 수소탄이라고 주장하고 있을까요? 지하 핵실험의 경우 지진과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진학적으로 연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수소탄이면 일반핵무기와 성격이 매우 다른 인공지진이기 때문에 지진파를 분석한다면 수소탄인지 일반 핵실험인지 구별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4차 핵실험이 수소탄이 아님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반 핵폭탄이나 소위 ‘증폭핵분열탄’이라고 생각됩니다. ‘증폭핵분열탄’이란 것은 핵자료를 더 아껴 쓰는 기술이지만 수소탄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내가 만난 학자들 가운데는 북한의 수소탄 주장이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외교관들이나 학자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북한 언론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세계는 북한의 실험이 수소탄 실험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이 같은 주장의 대상은 해외가 아닌 국내 주민들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수소탄실험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노동당 제7차 대회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대회이기 때문에 너무 큰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당 대회 직전에 김정은은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뭔가 성공적인 업적을 인민 및 당 간부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정권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다시 한번 인공위성 발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99년에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적으로 했다고 주장한 다음에 2009년에도 2013년에도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물론 1999년에도, 2009년에도 사실상 발사는 실패했기 때문에 이들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북한 위성은 드디어 궤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몰라서 인공 위성발사가 시작한지 17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또 하나의 발사는 김정은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 핵실험임을 인정한다면 새로운 기술도 아닙니다. 바꾸어 말하면 핵실험에 대한 선언은 선전적 가치가 높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해외와 철저하게 차단된 북한에서 주민들은 해외 소식을 잘 모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수소탄 실험에 대한 당국의 주장을 듣고 김정은의 지도 능력 덕분에 보다 더 세련된 기술이 발전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이러한 숨은 사실을 알아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소탄에 대한 거짓말은 외교를 위한 거짓말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한 거짓말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