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북한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북한은 거의 100년 전에 창립한 사회주의 요람국가였던 소련을 제대로 흉내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노동당 지도부가 권력을 독점해왔고 북한 언론은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체제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보다 경제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은 개인 재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이면 생산수단은 압도적으로 국가 소유입니다.
이런 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1990년대 말에 북한 사회주의 경제는 점차 해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94-5년부터는 인민은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북한에서 장마당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화가 자발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상 이 시장경제 덕분에 지난 15여 년 동안 북한 사람들은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시장 경제는 장마당 수준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북한에도 규모가 큰 개인 회사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아직도 합법적으로 개인사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돈도 있고 머리도 좋은 북한 신흥부자들, 즉 돈주들이 규모가 큰 개인장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제일 흔한 방법은 개인기업소를 국가 기업소로 위장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평양을 비롯한 북한 도시에는 식당이 많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 식당이 국가식당이냐고 물어본다면 거의 다 당연히 국가식당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 식당에는 대부분 돈주가 따로 있습니다. 이 식당은 국가기관의 이름을 빌려 국가 식당처럼 등록했지만 사실상 장마당에서 벌어온 돈으로 내부 수리도 하고 식당 복무자들도 고용했고 식당을 개인소유 기업처럼 경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뒤에 숨어있는 소유주는 국가에 돈을 바쳐야 합니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서나 개인기업소들은 국가에 세금을 바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세금이 없으면 나라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사실상 국가식당으로 등록한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거짓 형식에 불과합니다. 객관적으로 말한다면 이들 식당은 개인기업소입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버스나 화물차도 비슷합니다. 개인들이 돈을 내고 차량을 중국에서 구매한 다음에 이를 이용해 국내에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초적인 자본주의가 아닐까요?
사실상 북한에서 아직 살아 남은 기업 대부분은 개인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세계 경제의 역사가 잘 보여주듯 국가 사회주의 경제는 짧은 기간 안에 자원 및 노동력을 동원함으로써 많은 성과를 이룩할 수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경제의 발전을 이루지는 못합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 자발적인 경제의 시장화를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관리하는 정책을 잘 개발한다면 체제가 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처럼 빠른 성장을 이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좋든 싫든 북한의 경제 성장 및 생활 수준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은 시장경제의 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