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러시아에 기대는 북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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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러 관계의 진전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올해 5월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러시아와 북한이 함께 공동군사훈련까지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북∙러 관계가 전에 비해 한층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지배계층은 러시아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의 대립을 잘 이용하여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와 비슷한 외교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지도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그들의 희망은 착각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옛날의 소련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일 중요한 변화는 외교정책입니다. 구소련은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세계 어디에나 소련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체제를 투입시키려 노력하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자국의 국익과 주민들의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외교정책을 너무나도 현실주의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련 시대의 러시아는 국제적인 영향력 강화, 공산주의 사상의 확산, 또는 자국의 위력을 강조하기 위해 외교에 많은 투자를 하였습니다. 반대로 자본주의 나라가 된 현재의 러시아는 국민들을 위해 해외에서 돈을 더 잘 벌어들일 수 있도록 외교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미국의 사이는 좋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러시아는 북한처럼 미국을 반대하는 나라와 외교적인 협력을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협력이 러시아가 이들 나라에 규모가 큰 지원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북한에 많은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 사업을 벌일 경우,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있습니다. 아주 대표적인 사례로 라선특구의 발전입니다. 러시아는 라선항을 통해 남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 러시아에서 채굴된 석탄을 값싸게 수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업을 하는 러시아는 돈을 벌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협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도 돈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원이 아닙니다.

물론 북한의 속셈은 러시아를 이용하여 지나치게 커진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러시아가 그냥 주는 무상지원에 대한 희망을 버려야 합니다. 러시아는 북한이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무상지원을 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양측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내야 북∙러 협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