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에서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나옵니다. 좋은 소식이 옛날보다 많아졌지만 걱정스러운 이야기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평범한 인민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고 있고 자녀들을 학교보다 장마당으로 많이 보낸다는 얘깁니다.
물론 북한 권력 계층의 자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간부집이나 돈주집 아들딸은 좋은 학교를 다니기도 하고 집에서도 음악, 외국어, 수학 등을 개인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서민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서민층에서는 자녀들을 학교에서 공부시키기보다 돈을 벌기 위해 장마당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아침엔 학교를 가지만 오후에 부모님들과 같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숙제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잘 배우지도 못합니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불가피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의 미래를 위한다면 절대 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마당에서 지금 돈을 벌 수 있지만 수십년 후에는 어떨까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제 고향인 구소련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진 이후 가치를 여전히 인정받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부동산 또 하나는 교육입니다. 북한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상황은 제가 경험한 1990년대초 소련 생활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습니다. 당시 소련 사회주의가 무너지자 러시아는 심한 경제 위기에 빠졌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장사꾼이 기술자, 의사, 교원보다도 소득이 높아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러시아는 짧은 기간의 과도기를 벗어나 다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말부터 2000년대초 사이 경제성장이 가속화되자 다시 고급 인재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기술자, 의사 등 전문직들이 다시 돈을 잘 벌기 시작했고 그들은 소련공산당 시대보다 더 잘 살게 됐습니다.
그럼 1990년대 초 학교를 그만두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들은 10년 동안 공부을 하지 않았고 실제 경력도 얻지 못했기 때문에 2000년대초반에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장사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사는 옛날만큼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순수히 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람들은 큰 실수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은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 외의 부분에서도 많은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이 슬픈 교훈을 배우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