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내일을 알수 없는 북 최고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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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전해진 소식을 보면 최룡해 당 비서의 위상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 일반위원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최고위직 간부들의 승진과 강등은 김정은이 간부들을 관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인민군 고위급 장성들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계급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험을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최룡해 비서의 강등은 보다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간부들은 최고 지도자와 가까울수록 더욱 위험한 시대입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장례식 때, 김정은과 함께 일곱 명이 운구차량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일곱 명은 당시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여섯 명이나 지난 3년 동안 숙청을 당했습니다.

김일성 시대도, 김정일 시대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말까지 김일성 주석은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고급 간부들을 감옥으로 보내거나 처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간부들은 김일성과 같이 만주에서 혁명활동을 한 사람들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에 서울에서 지하활동을 하거나 또는 소련이나 중국에서 활동을 했던 혁명가들입니다.

1960년대 초부터 김일성의 간부 관리방법은 변화했습니다. 그는 만주 유격대 출신들에 대해서 화가 날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보통은 죽이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싫어한 사람들은 지방으로 유배를 가거나, 하급 간부나 육체노동자로까지 하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생명은 보전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 주석은 나중에 그 사람들을 다시 복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60년대 말에 인민군 총 참모장으로 지내던 최광은 숙청을 당한 후, 몇 년 동안 집안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는 다시 간부가 되고, 다시 한 번 총 참모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김정은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죽기 전에 젊은 지도자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리영호, 장성택, 그리고 김경희를 임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짧은 기간 내에 정치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장성택은 근거가 부실한 이유로 처형당하였고, 리영호 또한 처형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부 관리방법은 북한의 체제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자신의 처지가 어려워진 고급 간부는 음모를 꾸미거나 도망치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없었고, 숙청을 당하더라도 나중에 복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숙청은 죽음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숙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체제에 도전할 수도 있고, 해외로 도망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번 최룡해 당 비서의 강등은 어떤 경우에 해당되는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룻밤에 별을 몇 개씩 떼었다 붙였다 하는 북한의 고위 장성들과 최고 간부들이 숙청되거나 철직을 당해도 김일성 시대처럼 그냥 죽을 때까지 조용하게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이 것을 확실히 믿을 수 없습니다. 북한 고급 간부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김정은과 가까울수록 하루 아침에 숙청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 훨씬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