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평안남도 순천 화력발전소 근처에 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해서 실내 수영장과 목욕탕을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참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수영장과 목욕탕을 만든 주도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면 이번 일은 더욱 좋은 소식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수영장과 목욕탕을 만든 사람들은 로동당 간부들이 아니라 바로 돈주들입니다. 북한에서 돈주들이란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모은 사람들입니다. 한 마디로 기초적인 형태의 자본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돈주들은 화력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것을 보고 이렇게 쓸모 없이 버려지는 폐열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나 하며 궁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화력 발전소를 경영하는 간부들을 찾아서 폐열을 이용하는 수영장과 목욕탕을 건설하자고 제의하였습니다.
이 사례는 북한에서 막 싹이 돋기 시작한 시장경제의 힘을 보여줍니다. 물론 북한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간부들은 민중의 복지를 밤낮없이 생각하기에, 수영장이나 목욕탕과 같은 고급시설을 마련해서 인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관제언론의 이러한 주장은 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실상 간부들은 수영장 건설이나 기술혁신과 같은 것들을 열심히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간부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더 어려운 부담을 초래하는 일일 뿐입니다. 새로운 수영장이 생긴다 하더라도 국가가 준 배급이나 월급으로 사는 간부들은 새롭게 얻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건설 자체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부들의 입장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돈주로 알려진 개인 사업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직 쓰이지 않고 숨어있는 자원을 찾아내고, 새로운 시설을 건설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내놓습니다. 물론 개인사업가들에게도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거나 기술을 혁신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렵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만약 성공하게 될 경우에 얻는 이익이 높다면 언제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간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신이 속한 단체를 위해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전쟁이나 다른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에는 보탬이 되지 않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봉사의 정신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위기가 지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 같은 의식이 국가소유를 중심으로 한 소련식 사회주의의 붕괴를 야기한 기본적인 원인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이러한 체제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의식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쟁준비와 같은 분위기를 인공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건설이라는 것은 건설투쟁이라고 보고, 가을 추수도 가을전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적인 노력동원은 별로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벌써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사람들의 위기의식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천에 새로 생긴 수영장과 목욕탕은 보이지 않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됩니다. 이처럼 좋은 시설을 가져온 것은 돈주들의 욕심이지만, 결국은 많은 민중들이 이러한 시설을 즐겁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돈주(자본가)들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시작한 사업이 결국에는 공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논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