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경제정책의 모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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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 김정은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2013년부터 농업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를 10년, 20년 전에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러시아의 속담 “늦게라도 하는 것은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제정책에는 모순이 많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경제의 변화를 어렵게 하는 정치적인 결정을 여러 번 내린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우리는 이와 같은 그의 경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보았습니다.

최근 북한의 장마당에는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당국이 “50세 미만 여성들은 장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취소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50세 미만의 여성들은 장사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화폐개혁 이후에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한이 여성들의 장사를 금지한 때는 2007년 말입니다. 그때 북한 당국자들은 장마당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2009년 화폐개혁 이후에 실패로 끝나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들이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규제를 철폐한 것은 북한의 장마당 경제, 즉 신흥시장경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젊은 여성들이 장사를 하는 것은 북한 경제가 좋아지는 원인 중 하나이기에, 저는 이 새로운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상황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 당국자들은 젊은 여성들도 군대에 보낼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원래 군대에 갈 수도 있지만, 남자와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성의 군복무는 의무화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이 내린 결정 중 경제발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여성의 군복무 의무화는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세력은 북한 여성들입니다. 북한의 여성들이 비공식 경제 부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덕분에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젊은 여성들이 군대로 간다면, 그들을 대신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되겠습니까? 이는 불가피하게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가내수공업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여성의 군복무 정책은 북한의 군사력을 크게 강화시키지도 못할 것입니다. 북한이 군대에 입대한 여성들을 믿을만한 병력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투자입니다. 북한이 이러한 투자를 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여성 군복무의 의무화, 그리고 여성 장사를 금지하는 규칙을 취소하는 것은 심각하게 상호 모순이 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자유화는 여성들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에게 보람이 있는 경제활동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군복무는 그들의 능력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된 정책들은 지난 3년 동안 북한에서 수없이 되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