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과 이란은 10여 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한 대타협을 이루었습니다. 타협안의 내용에 따라 이란은 종전과 같이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건설함으로써 제한된 핵 개발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핵무기 생산을 위한 노력은 중단될 것입니다. 결국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취소하고, 이란은 국제경제협력에 더욱더 깊이 참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북한도 이번에 이란과 미국이 합의한 대로 핵문제에 대한 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란과 북한의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완벽한 민주국가가 아니지만, 동시에 완전한 독재국가 또한 아닙니다. 이란에서는 정당이 서로 경쟁하는 자유선거가 있고, 언론은 이슬람교에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자유 토론이 가능합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느낀 이란 주민들은 데모를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사회단체를 조직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란 정부는 핵무기에 대한 욕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란의 주민들은 핵 개발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핵무기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발전입니다. 이란의 유권자들은 핵 개발을 주장하는 정치세력보다 경제발전을 강조하는 정치세력을 당선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적으로 정책이 다른 세력들간의 경쟁이 기본원칙인 민주국가에서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세력은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미국과의 타협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얻은 경제발전의 기회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보다 경제와 기술수준이 높은 이란에는 석유를 비롯한 자원과 수출상품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의 경제발전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점은 북한 주민들은 국가의 정치노선과 정책에 대해서 비판할 권리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선거는 유일한 후보자가 100%의 지지를 받고 선출되고 있으며, 언론은 나라의 지도자와 그들의 정치노선을 찬양하고 선전하는 매체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핵개발로 인한 외부세계의 제재에 대해 불만을 느껴도 국가의 정책노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지배계층은 민중의 의견은 그대로 무시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이와 달리 이란 주민들은 현 정권에 대해 불만을 느낄 경우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현 정권의 간부들은 민중의 뜻에 크게 거스리지만 않는다면 임기를 마치고 문제없이 퇴임하여 개인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의 경우, 간부들은 만일 권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곧 죽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체제가 붕괴될 경우 자신들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그들은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생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북한 지도층은 이란 지배층보다 외세의 공습에 대한 공포가 심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그들은 자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보다 더 위험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 주민들이 정치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북한의 지배층은 대중이 어떤 생각을 하건 그들의 희망을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란처럼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핵문제에 관한 타협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