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자력갱생이 해결책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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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신문에서는 자력갱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북한 경제를 감안해 볼 때 이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경제가 1980년대에 침체에 빠지기 시작하여 결국 붕괴로 이어진 이유 중 하나는 불가능한 자력갱생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자력갱생이라는 말이 김일성 주석이 처음 만든 것인 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일본 사람들이나 특히 중국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을 비웃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력갱생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경제원칙의 내용뿐만 아니라 자력갱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193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1950년대 모택동 주석 시대의 중국에서 많이 퍼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중국의 역사를 보면 1960~70년대는 자력갱생 정책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중국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대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모택동 주석이 제안한 자력갱생의 아이디어를 훔쳐와 북한에서 중국의 그것보다 더 열심히 실행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자력갱생을 처음 적용한 중국의 모택동 주석, 그리고 이를 흉내 낸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사람은 모두 당시 자국경제의 문제점은 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1950년대 중국은 구소련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소련과 중국 사이에 심한 갈등과 경쟁이 생겼던 1950년대 말부터 이러한 경제적인 의존은 정치적인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모택동 주석의 논리는 자력갱생을 할 때 소련을 비롯한 외세가 수출 및 수입을 압력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외세가 중국 정치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960년대 북한도 비슷하였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문제로 생각했던 것은 소련에 대한 의존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북한이라는 나라를 마음대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압력을 가로막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대세계에서 압력을 주로 가하는 방법은 경제적인 방법이었기에 자력갱생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문제는 북한과 같은 나라는 인구와 경제가 작아 자력갱생을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나라와 경제적 규모가 훨씬 더 큰 중국마저 성공하지 못한 정책입니다. 모택동 사망 이후, 등소평을 비롯한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력갱생이란 경제정책을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여겨 이를 중단 하였습니다.

현대 경제에서 기본원칙은 전문화입니다. 다시 말해 각 국가는 자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모든 능력을 집중시키고,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수출에 대비하여 많은 생산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한은 자동차 생산과 조선업에 많은 투자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남한은 매년 400만대 정도의 차량을 생산하고, 배수량 기준으로 배를 건조하는 능력, 즉 조선산업이 세계 1~2위에 달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약 300년동안 고급 시계기술에 집중하였고, 결국 다른 나라 못지않은 고급 시계를 생산 및 수출하고 있습니다. 기후조건이 좋은 호주는 쇠고기와 곡식을 내부수요보다 몇 배나 더 많이 생산해서 러시아나 북유럽까지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공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쌓아온 경험, 그리고 자력갱생보다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국가 정책 덕분에 가능하였습니다.

반대로 국내에서 필요한 자동차, 배, 시계 등을 국내생산의 향상을 통해 조달하려고 노력했던 나라는 좋은 배, 좋은 차, 좋은 시계 등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의 지도자층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력갱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 복구는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 경제의 역사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