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정책이 상당히 강경하게 변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유엔에서 결의한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4월 초순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이 보여준 바와 같이 중국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위협정치를 하는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대외정책이나 외교를 조금 더 교묘하게 실시했다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 경제의 앞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가 시작했을 때부터 경제부문에서 성과를 많이 이룩했지만 이같은 경제적 성과는 무능한 외교 때문에 지금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이 유엔 제재에 함께 참가하는 이유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핵무기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불만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대한반도정책 구조를 보면 심각한 모순이 있습니다. 북한 외교는 이 같은 중국 정책의 모순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전혀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중국은 핵 보유 국가이기 때문에 핵무기 확산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 북한에 압력을 가할 필요를 느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게 동북아의 안정유지는 아주 중요한 목적입니다.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중국에게는 큰 손해입니다. 사실상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등 외세를 막기위한 완충 지대로써 북한을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서울이 주도하는 흡수통일의 방식으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통일한국이 미국과 동맹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두 개의 목적은 서로 모순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중국은 북한에게 경제적 및 정치적 압력을 가해야 하지만 이러한 압력이 경제악화 및 북한의 체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중국이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보면 중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해서 북한을 압박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 보면 너무 심한 제재를 가해 북한체제가 위협받게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지난 몇 년 동안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중국에 대한 외교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면 중국 정부는 북핵을 그다지 큰 위협으로 보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2012년부터 중국에 대해 별 이유도 없이 도발을 계속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 대기업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몰수하기도 했고 중국 화교들을 체포하기도 했고,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중국을 별 이유 없이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등 중국의 신경을 건드려 왔습니다.
작년 말 중국은 이와 같은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갑자기 마지막 순간에 모란봉악단의 북경 공연을 취소한 사건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또 하나의 도발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한의 이와 같은 모험주의 정책이 가져온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미숙한 외교와 거듭되는 핵위협 때문에 북한의 고립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북한경제도 다시 199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