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간에 몇 년 전부터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사실상 개혁정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북한이 시도하는 개혁정책은 1970년대 말, 80년대 초 중국의 개혁과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의 개혁과 중국 등소평에 의한 개혁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개혁 뿐만 아니라 개방정책을 동시에 실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처음부터 개혁을 시작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 관영언론만을 보면 북한 사회가 빨리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에 관영언론에서 이런저런 개혁에 대한 암시가 있지만, 여전히 북한이 김일성 시대와 비슷한 국가사회주의 나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요하고 많은 새로운 현상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예를 들면 관영언론을 보면 장마당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본적인 논리를 알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국내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민들이 위험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매우 조심스러운 정책을 택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개혁을 시작했다고 선언한다면 이와 같은 정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등소평시대 중국은 이러한 문제가 없었습니다. 중국에서 이 문제가 별로 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중국은 세습정권이 아니었습니다. 등소평은 모택동의 아들이 아니라 모택동시대 유배생활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등소평이 모택동이 3할의 과오가 있다고 했을 때,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파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창립한 체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면 옛 지도자들 뿐 아니라 현재 지도자인 자신에 대한 도전이 됩니다.
북한이 중국과 달리 개혁을 실시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매우 성공적인 나라인 남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남한은 분단 직후에 시장경제를 선택했기 때문에 세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남한처럼 시장경제를 선택한 것을 인정한다면, 북한주민들에게 북한이란 유일체제의 국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경제를 선택한 이상 북한의 현 체제는 본질적으로 생존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집권 계층은, 고위 간부들이나 돈주들도 마찬가지로 북한이라는 국가를 유지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개혁을 실시할 때도, 얼마 동안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 합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특이한 모순이 생겼습니다. 관영언론이 주장하는 생활하고, 주민들이 실제 살고 있는 생활하고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보도하는 가상세계는 사실상 죽어버린지 20여년된 김일성식 세계입니다. 북한 인민이 실제 사는 세계는 시장경제의 세계입니다.
사실상 북한 지도층이 인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북한 국내 안전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필요한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모순된 정책을 펼치는 기본 이유는 주민들 가운데 체제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 않고,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체제안전 문제를 감안하면 근거가 있는 정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은 조만간 바꿔야 될 것입니다. 시장 경제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규칙과 법칙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도 결국에는 새로운 사회 현실고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북한의 국내현실과 대외 상황의 특성을 감안해보면 북한 사상일꾼들과 고급 간부들이 공개적으로 개혁이라는 말을 인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민족주의 경향이 강한 북한의 지도층 입장에서는 북한체제의 이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개혁과 개방을 함께 인정하기 어려울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