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언론을 보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있습니다. 북한 신문이나 잡지가 다루는 소식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들뿐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북한 언론이 거짓 보도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노동신문을 비롯하여 의식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는 기사는 북한 신문에서 많이 나옵니다. 문을 닫은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흉년이 생긴 지역에서 좋은 수확을 거두었다는 주장이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의식적인 거짓말보다 북한언론이 보도할 내용을 선택하는 태도입니다. 이 태도를 보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9년 11월 북한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때 이에 대한 보도는 언론에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사람 대부분이 생계를 꾸려가는 장소는 장마당이지만, 장마당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결정하는 법칙도 대부분 언론에서 나오는 주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인민반이나 조직생활, 숙박검열 등은 북한 신문에서 절대 언급하지 말아야 하는 주제입니다.
북한 언론을 보면 북한사람들이 이중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갈등은 원래도 있었지만 1990년대 들어와 많이 심각해졌습니다. 북한에서 소련식 국가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동안에도 북한 언론은 사회변화가 보이지 않는 척하며 환상과 거짓말의 세계에서 계속 살아왔습니다.
물론 북한 선전 일꾼들은 이와 같은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그들은 북한사회의 모습을 훼손할 수 있는 창피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언론을 책임지고 있는 북한 선전간부들은 변화를 무섭게 생각하고 있고 상부의 직접 지시가 없이는 위험한 이야기를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북한 선전 일꾼들은 사회의 진짜 모습과 언론보도가 서로 다른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거짓 보도와 선전은 주민들의 사상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와 같은 사실과 거짓선전의 갈등 양상은 언론의 신뢰성을 송두리째 떨어지게 하는 정책입니다. 북한 언론이 거짓말도 많이 하고 주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 행태를 계속 보게 된다면 북한주민들은 갈수록 관영언론을 불신하고 외부세계의 소식과 지하 언론에 더 관심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상황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자들이 이러한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을 개혁할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갈등을 유발하는 선전 선동이 주민들의 불신을 가져오는 위험한 정책임을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체제유지와 개인 안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