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보도를 보면 북한의 해외식당에서 또 다시 집단 탈북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얼마 전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서 식당 접대원 몇 명이 탈북해 남한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얼마 전 13명의 북한식당 접대원의 집단탈북을 경험한 북한당국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척하거나 남한 안기부의 모략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동화(선전)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요즘에 북한 엘리트 계층의 집단탈북이 많아지는 것을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이나 파견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탈북하기가 북한 내 주민들보다는 조금 낫다고 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위험한 일입니다. 제일 큰 문제점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이 밤낮없이 감시를 당하고 있고 작업장 밖으로 나가기 매우 어렵고, 여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 파견노동자나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탈북한다면 그의 가족 및 친족들이 북한에서 심한 고통을 받을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모두 다 토대가 좋은 간부집의 인물 좋은 딸들입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적 돈벌이도 좋기 때문에 어렵게 사는 함경북도 시골 아줌마보다는 탈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요즘 들어 집단탈북이 많아졌을까요? 몇 가지 가설이 가능합니다. 첫째, 요즘 북한에서 인민군 장성을 비롯한 고급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숙청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숙청을 당한 사람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은 해외에 있다면 도망칠 이유가 충분합니다.
둘째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압도적으로 20대 젊은 여성들입니다. 그들은 기성세대에 비하여 사상 교육을 덜 받았고 해외생활의 참된 모습을 잘 알면서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남한을 비롯한 외국에 대해 호기심도 많고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이 기성세대보다 많다고 생각됩니다.
세번째로 요즘에 북한 정부는 노동력 수출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결국 파견노동자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에 대한 감시가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견노동자들 가운데 탈북할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포함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많은 관측통들은 이와 같은 집단 탈북 때문에 북한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단 탈북 사태가 체제를 흔들 것이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구 소련, 즉 러시아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소련 시대에도 해외이민에 대한 통제가 북한보다 아주 약했습니다. 소련 시대에 합법적으로 이민 갈 수 있었던 소련 사람들은 유태인을 비롯한 일정한 소수민족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래도 소수민족이 아닌 사람들도 가끔 해외로 갔습니다. 구 소련에서 외국인과 결혼을 할 수도 있었고, 그냥 해외 출장을 갔다가 귀국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구 소련에서는 이와 같은 망명사건은 벌써 60년대부터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사건 자체는 소련 사회에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기반이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망명사건 자체가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북한을 둘러싼 국제상황, 특히 중국의 대북정책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집단탈북 사건이 전보다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