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실시하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유엔의 대북제재가 북한에 미친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국내 경제현황을 제일 잘 알려주는 지표는 쌀을 비롯한 식량가격과 돈대(외화환율)입니다. 둘 다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북한 경제는 아직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북 제재는 사실상 역사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상호 대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만큼은 뜻을 같이하는 것도 조금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외화벌이의 주요 품목인 지하자원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몇 가지 가능합니다. 첫째, 대북제재의 기반은 지하자원 수출금지 조항입니다. 이 조치는 북한의 무역 통계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북한과 무역을 하는 여러 나라의 무역통계를 분석했을 때 북한 외화벌이의 대부분은 지하자원 수출에서 벌어들인다는 분석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석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노동력 수출이나 마약제조 및 수출, 불법무기수출과 같은 불법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면 석탄이나 철광석 수출에 대한 통제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경제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북한 정부는 비상상황의 경우에 쓸 수 있는 외화 및 식량을 많이 비축해 놓은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정부는 국내 위기를 극복하고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이 비축물자와 외화자금을 조금씩 풀어서 경제를 안정시키려 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비축한 물자가 영원히 나올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몇 개월 정도는 장마당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북제재가 아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시간 문제라는 가설입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제재를 겪어온 북한 경제는 외부상황이 바뀌자마자 흔들리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재의 영향이 나타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대북제재가 3월 초순부터 실시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국가는 4월 초순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4월에 중-북 무역은 22%나 줄었습니다. 이것은 대북제재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조만간 북한의 내부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보통 이와 같은 외부의 상황 변화가 어느 한 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데는 6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개의 가설 중에 어느 가설이 옳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올해 연말쯤에는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든, 싫든 간에 이번에 안보리가 취한 대북제재는 정말 예외적으로 강력한 조치이니까 북한에 조만간 타격을 줄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타격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 결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