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주로 평양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지방을 여행할 기회를 얻은 방문객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입을 모아 놀라워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수도인 평양과 지방간의 생활 수준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생겼을 때부터 평양은 지방보다 잘 살았습니다. 북한 사람 모두가 수도가 시골보다 잘 사는 것을 당연시했었고 외부세계의 많은 나라에는 이러한 격차가 없다는 이야기를 오히려 아주 놀라워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북한만큼 시골과 도시의 격차가 심한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김일성 시대에 평양이 잘 살았던 이유는 북한 정부가 평양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배급을 받았고 주택상황이나 교육, 보건 조건이 예외적으로 좋았습니다. 당시 북한 정부가 평양 생활 수준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키려 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수도인 평양에 간부들이 많이 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외적 선전 때문입니다. 1990년대 말까지 북한 정부는 세상 어떤 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외국 관광객들은 평양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도시를 외국인 전용 전시 도시로 개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북한의 국가 사회주의가 무너졌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외국인들에게 겉으로 포장된 초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없을 만큼 북한이란 나라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평양과 지방도시는 여전히 큰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와 같은 현상은 북한뿐만이 아닙니다. 국가가 경제에 무조건 간섭하고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에서 아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은 간부계층입니다. 고급 간부들이거나 외화벌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간부들은 모조리 평양에 살고 있습니다. 외화벌이 일꾼들도 비슷합니다. 물론, 외화벌이를 하는 기지는 주로 시골에 있지만 무역에 대한 통제는 모두 평양에서 하게 됩니다. 평양의 간부들에게 의탁하지 않거나 뇌물을 주지 않으면 외화벌이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결국, 시골에서 벌어들인 돈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평양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정치력은 결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평양에 살 수 있습니다.
평양으로 이렇게 흘러들어온 돈은 간부들이나 외화벌이 일꾼뿐만 아니라 평양 시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차지가 되고 있습니다. 간부와 기업가들이 즐겨 다니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권계층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종사하는 직원들, 간부들이나 그들의 부인 또는 애첩들을 치료하는 의사들, 그 사람들도 평양으로 들어오는 돈을 어느 정도 받아가며 살아갑니다.
바꿔 말해서, 현대의 북한에서는 평양 시민들이야말로 옛날 왕조시대의 양반계층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