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여러가지 있지만 제일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인프라 즉 사회기반시설이 발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기반시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직접적인 생산설비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기본적인 설비를 말하는 겁니다. 철도나 도로 같은 시설을 사회기반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략을 결정해 온 사람들은 1940년대부터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을 무시해 온 경향이 심했습니다. 광복직후만 해도 북한은 세계적인 수준의 철도망이 있었고 북한의 수력발전소는 세계 수준보다 더 높았습니다. 1940년대 말 소련 기술자들이 북한의 수력 발전소 기술을 배우러 북한에 왔을 정도였고 나중에 이 기술을 복제해 간 다음에 소련에서 발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수력발전소 기술은 일본 기술이지만 북한 정권이 사회기반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면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더 발전된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었고 더 확대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물질적 생산을 최고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도로나 발전소 설비를 무시하는 경향은 세월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지금 북한은 사회기반시설이 너무나 낙후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수력발전소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북한은 지금 전력생산량이 남한의 25분의 1에 불과합니다. 전력난 때문에 북한에서 수많은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도로상황은 그보다 더 어렵습니다. 북한에서 평양을 비롯한 도시 밖의 포장도로는 1,000km밖에 안됩니다. 그나마 포장도로도 오랜 세월 보수를 하지 않아 포장도로로써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북한보다 면적이 조금 작은 남한의 포장도로는 80,000km에 달합니다. 북한과 80배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도 철도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1930년대 수준에 여전히 머물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열차를 견인하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증기기관차는 세계적으로 보면 1960년대 수준입니다. 결국 북한의 사회기반시설은 앞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북한 정치체제와 무관하게 사회기반시설 문제, 즉 교통수송, 통신, 전기생산 문제를 해결해야 경제성장 및 생활수준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기반시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듭니다. 좋은 포장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 써야 하는 돈은 큰 공장 건설을 위해서 필요한 자본만큼 많습니다. 물론 북한 경제 일꾼들은 아직도 이런 문제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요하면 주민들을 노력동원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노력동원으로 포장도로를 건설한다면 여기에 동원된 여성 인력으로는 차량이 간신히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시속 120km로 달릴 수 있는 도로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해외자본 유치라고 말할 수 있는데, 최근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 사회기반시설 개발에 돈을 투자할 의지가 있는 외국 기업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의 상태는 북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문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