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 과거 동서독 관계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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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말하면 세계에서 제2차 대전 이후 분단이 된 나라는 한국과 독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남북한에서도 분단문제를 독일의 분단과 비교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 한국과 분단 독일을 비교해보면 크나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차이점을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동독 정부는 북한 정부만큼 국민들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동서독 교류와 관계는 남북한의 경우에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활발했습니다.

예를 들면 탈북자 문제입니다. 북한의 당국자들은 탈북자들을 전혀 용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1961년 ~ 1989년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사람은 68만 명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북한에서 남한으로 망명한 사람은 40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은 동독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당국의 허락을 받고 서독으로 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60년대 이후 동독을 떠난 사람들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는 합법적으로 서독으로 갔습니다. 30년 동안 29만 명의 동독시민이 합법적으로 서독으로 간 것입니다.

물론 서독 사람들도 동독을 거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60년대 서독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동독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동독으로 가는 조건으로 동독 정부에 25마크를 내면 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화폐로 환산하면 15달러에 불과합니다.

동독에 가서도 서독사람들이 방문할 수 없는 지역이 있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서독의 방문객들은 동독에서 자유롭게 여행했습니다. 감시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편지의 왕래와 전화통화는 모두 가능했습니다. 소포까지 주고 받고 할 수 있었습니다. 60년대부터 잘 사는 서독 사람들은 동독으로 옷, 화장품, 가전제품 등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개방 정책이 동독 붕괴를 초래한 것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이러한 붕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과거 동-서독 당국이 했던 것처럼 자유로운 교류와 왕래를 허락하지 못합니다. 물론 남북한의 소득 격차가 동서독의 소득격차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북한당국도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과거 동서독처럼 남한과 자유롭게 교류하게 된다면 북한 정권에 대한 실망이 커져 북한체제에 위협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