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남한의 문재인 새 행정부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남한의 한 사회단체는 전연지역(휴전선 일대)에 대한 말라리아 방역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 제안을 허락했지만 북한측은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조선은 남한과 교류를 할 때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남한과의 교류를 장려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적으로는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 집권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교류는 양날의 칼입니다. 한편으로는 남북교류를 통해서 남한측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협력이라고 하지만 이는 말뿐입니다. 사실상 남한이 제공하는 원조입니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원조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한의 협력은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협력 때문에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 인적교류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남북한만큼 생활수준 격차가 심한 이웃나라들이 없습니다. 북한 상황이 지금 많이 호전되는 것을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남북한 소득격차, 생활수준 격차는 여전히 하늘땅 차이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 사람들은 북한주민들이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하는 자유가 많습니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해외로 나갈 수 있고 정치에 대해서 짜증이 난다면 대통령이나 고급간부들을 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정부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는 매일 시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정치 자유와 경제성공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자신의 체제에 대해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경제가 앞으로도 10년이나 20년 사이에 너무 빨리 좋아진다고 가정해도 남한의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은 주민들이 해외의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야만 국내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자기고립 정책, 즉 쇄국 정책은 북한 국내정치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과의 교류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남한에서 나온 사람들이 어떤 위험한 이야기도 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해도 남한 사람들의 모습 자체가 선전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조선 주민들이 시골에서 활동하게 되거나 사상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기술자, 학자들과 만날 때는 더 위험합니다. 그 때문에 국내정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북한 당국자들은 남북교류를 매우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돈과 기술을 얻기 위해서 교류를 해야 합니다. 위험한 진실에 대한 지식이 북한주민들 속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교류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즉, 원조는 좋지만 교류는 싫다는 태도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처럼 고립되고 한정된 공간에서는 교류를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고위급회담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북한이 남한과 미국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증폭시키려 이러한 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는 보다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가끔 민간단체의 교류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거의 불가능할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이번에 당중앙과 보위성을 비롯한 북한 당국자들은 남한 민간단체와 교류하지 않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