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이 가뭄피해를 막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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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동안 북한에서 가뭄에 대한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외국의 언론뿐 아니라 북한의 언론 또한 북한에서 가뭄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그렇기에 유엔의 식량농업기구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 단체는 올해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가뭄 자체는 물론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북한지역의 가뭄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북한 사회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규모가 비슷한 가뭄이 90년대나 2000년대 초에 발생하였다면 북한에서 수만 명의 아사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는 가뭄으로 수확량이 어느 정도 감소할 수 있지만 대규모의 아사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이룬 제일 중요한 변화는 농업구조의 개혁입니다. 2013년부터 북한의 농민들은 수확량의 약 30%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분조관리제도 아래 살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 그들은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지난 2년 동안 유례없는 수확량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순전히 농민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작년에도 북한에서 가뭄이 발생하였기에 많은 외국의 전문가들은 수확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수확을 거둘수록 자신들의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농민들은 작년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물론 올해 가뭄은 작년의 그것보다 더 심한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북한 농민들이 부지런히 일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 간부들의 태도입니다. 북한 간부들은 이번 가뭄을 명분으로 삼아 원래부터 싫어했던 분조관리제를 반대하고 농민들이 수확량의 일부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북한 농민들은 생산을 늘리는데 관심을 잃게 될 것이고,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이와 같은 정책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룩해 온 성과를 하루 아침에 없애버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제가 바라는 것은 북한의 고급 간부들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도 경제성장과 농업생산의 증가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잘 알고 있고 김일성식 협동농장에서는 식량생산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올해의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북한의 외교관들을 포함한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공짜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이 배워왔습니다. 북한에 대한 가뭄 소식이 나오자 중국 정부는 대북지원이 가능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남한정부도 비슷합니다. 앞으로 북한당국이 외교적으로 전략을 잘 구사한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남한, 미국, 그리고 러시아 등의 여러 나라에서 북한에서 아사자들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식량을 원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가뭄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은 90년대만큼 위험한 상태는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뭄 때문에 북한이 그나마 추진해온 경제 개혁 조치를 크게 둔화시키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