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연변경제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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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해마다 한 번 정도 중국 연변을 찾아갑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중국 동북지역에 위치한 연변은 조선족들이 제일 많이 사는 지역입니다. 조선족 인구가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들 중 80여만 명은 연변자치구에서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연변의 행정 중심도시인 연길 시뿐만 아니라 시골까지 놀라운 정도로 빨리 바뀌었습니다. 2년만 보지 못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져 있습니다. 5년 전에 초가집이 없지 않았던 마을에는 지금 자가용차도 많고 지붕 위에 위성방송 안테나까지 달린 집도 대부분입니다. 중국 통계에 의하면 연길 시는 중국에서 자가용 자동차 보급률이 제일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연변 자치구 주민들이 즐기는 경제성장은 중국이란 나라의 고도 경제성장과 직결된 것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연변이 중국에서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이유가 또 하나가 있습니다. 남한과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보기엔 중국은 부자나라입니다. 그러나 중국 국민들 자체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나라가 잘 못 살고 남한이 잘 산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중국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6천달러에 불과하지만, 남한에서 일 인당 국민소득은 2만 3천 달러입니다.

그 때문에 연변 조선족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서울을 비롯한 남한 도시로 많이 갑니다. 북한 언론은 남한에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보도하지만, 그 외국인들이 누군지 의식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들이 입 다물고 있는 이유는 남한의 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한국에 미숙련 노동을 하려 온 여러 나라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도, 베트남, 필리핀 출신이 많지만, 중국 조선족들이 제일 많습니다. 그들은 언어 문제도 별로 없고 남한 문화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일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 숫자는 5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들은 남한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일을 하고 평균적으로 매월 2천 달러 정도 벌고 있습니다. 남한 사람 보기엔 그리 큰돈이 아니지만, 연변 지역의 매월 평균소득보다 여섯 배나 더 높은 수준입니다. 이 비율을 감안하면 남한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선족 노동자 대부분은 남한에서 5-7년 정도 일하다가 연변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에 저축해온 돈으로 중국에서 고급 주택, 승용차 등을 구입할 뿐만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밑천으로도 사용합니다. 결국 연변 자치구 경제가 활발해집니다. 남한의 경제가 기관차의 역할을 하면서 연변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