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가 최근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대륙간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제재가 훨씬 더 엄격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북한인민들의 생활은 많이 어려워질지 모르지만, 지난 5-7년 동안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사람들은 형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북한 언론은 지금의 경제개선이 주체사상과 사회주의원칙, 그리고 북한지도부의 정책 덕분이라고 시끄럽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민들의 형편이 나아진 것과 주체사회주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입니다. 이 사실을 제일 잘 보여주는 것은 부동산 시장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 5-10년 동안 북한 도시에서 새로운 살림집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는 1970-80년대 보다 건설사업 규모가 큽니다. 그러나 살림집 건설을 주도한 것은 당연히 신흥부자, 즉 돈주들입니다. 그들은 북한식 자본가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살림집을 건설할 때 국가기업소 이름으로 지어지고는 있지만, 돈주들이 돈을 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살림집이 완공된 다음, 집의 일부는 기업소 직원들이나 다른 인민들에게 주어지고, 대부분은 시장에서 판매됩니다.
김정은 시대가 시작됐을 때부터 돈주들의 살림집 건설에 대한 투자는 거의 단속 대상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도시마다 새롭고 살기 좋은 집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집은 매우 비쌉니다. 그럼에도 지난 2-3년전과 비교하면 더 오르지는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계속 새로 지어지고 팔리는 집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것은 바로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입니다.
시장경제에선 물건이 많을수록 가격이 내려갑니다. 자본가는 물건을 돈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만약 물건을 비싸게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싸게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남조선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자본주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보다 경제 성장이 더 빠르고, 소수 부자들뿐만 아니라 대중 인민들까지도 잘 살수 있는 겁니다.
당연히 국가는 시장경제에 간섭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의 간섭이 필요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직업이 없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은 크고 작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북한의 병원에서 무상치료를 해준다는 것과 12년제 무상교육에 대해 과하게 선전합니다. 하지만 잘 사는 자본주의 국가 대부분은 거의 다 중학교나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고 무상치료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북한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1980년대 중국처럼, 국가가 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단속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들의 생활이 꽤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국가의 역할은 경제를 경영하는 것보다 경제를 관리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국가는 ‘빈익빈 부익부’라는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약자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보호는 세계 어디에서나 국가의 기본 의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의 희망은 북한도 언젠가 국가의 기본 의무를 다 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