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리영호 해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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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북한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김정은이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다는 소식과 리영호 차수의 해임 소식에 많은 관심이 갈 것 입니다. 이 두 가지 소식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와 같은 북한의 정치 변화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연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권력 기반을 잘 다지지 못한 젊은 통치자 김정은은 현단계에서 허수아비 독재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측근들이 마침내 권력 다툼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김정일 시대에 김정은의 후견인들이 등장하였습니다. 김정일의 희망에 따라 경험이 별로 없는 김정은을 보필하기 위해 김경희, 장성택, 리영호가 후견인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김경희와 장성택 같은 친척과 김씨 가족과 가까운 고급 당 일꾼, 행정 일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군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가 하면 평생 동안 군인으로 생활해온 리영호는 아주 대표적인 인민군 출신으로 꼽힐 수 있습니다.

올 해 3~4월 경부터 북한의 노동당과 인민군 군부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4월에 새로 등장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최룡해 처럼 군복을 입었지만 군대경험이 없는 당 일꾼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평생을 군인으로 보낸 고위 장성들과 군부의 힘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리영호의 해임은 인민군 출신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군부는 하루 아침에 자신의 우두머리를 잃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영호는 건강 때문에 해임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 보도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의 차수급 군인들을 보면 리영호는비교적 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건강문제로 해임해야 했다면 굳이 일요일에 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정은 제1 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주는 것도 형식상 장성택과 같은 노동당의 고위급들이 모인 회의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것도 당의 우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군부와 당의 투쟁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내에서 무언의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부를 수구파 혹은 보수파로 보고 노동당의 고위간부들을 개혁세력으로 봅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일반 주민들도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군부와 당 관료들의 다툼은 북한 정권의 기반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