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용언론은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회주의를 지키고 있는 나라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북한 경제현실을 보면 돈 많은 개인 자본가들이 장마당에서 활개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주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많지만 제일 대표적인 것은 북한 무역회사들입니다. 북한에서 외화벌이 사업은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의 온상이 된지 오래됩니다. 북한은 국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수출품이 거의 없습니다. 수출 가능한 품목은 광물자원, 수산물, 약초, 송이버섯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외화벌이를 하는 무역회사들은 수출와크(수출허가권)가 있다고 해도 버섯이나 수산물과 같은 수출품목을 구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과거 김일성 시대에는 노동자들을 동원해 열심히 일잘 하는 사람들에게 설탕이나 가전제품을 주면서 수출품을 수집했지만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국가라 해도 수출품목을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으면 모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장마당에서 돈을 잘 벌고 부자가 된 부유층과 협력해야 외화벌이 기관들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신흥 자본가들은 무역회사를 대신해 자기 돈으로 송이버섯이나 약초와 같은 수출품목을 구입하고 중국에서 이러한 품목을 사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찾아냅니다. 부자들은 수출로 얻은 소득의 일부는 외화벌이를 하는 국가 기관에 바치고 일부는 고급간부들에게 뇌물로 주지만 나머지 돈은 개인 소득이 됩니다.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됩니다.
수산물 외화벌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실질적으로 배의 주인인 선주는 자본가가 되어 어민들이 조업을 하도록 돈을 대주고 일을 시킵니다. 북한 식당도 대부분의 경우 돈 많은 자본가에 의해서 경영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식당은 말로만 국가 소유이지 사실상 돈 가진 사람들이 개인들을 고용하고 식당을 예쁘게 꾸미고 필요한 자료와 식품을 구입합니다. 물론 이러한 식당도 국영 식당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 법칙에 따라 경영되고 있는 개인식당인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부자들의 자본과 인맥 그리고 능력으로 돌아가고 있는 식당이나 무역 회사들은 국가 소유의 기관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은 부자들의 능력과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뇌물이나 받고 별 의미가 없는 서류를 발행하는 고급간부들은 부자들에 붙어 기생적인 역할이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생하는 간부들의 감시와 통제로 북한의 자본가들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북한의 자본가들은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빨리 달려야 하는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무거운 짐만 내려놓는다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의 자본가들도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기보다는 중국처럼 국가에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게 한다면 북한의 경제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간부계층 입장에서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 싫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