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7년 동안 북한의 경제와 사회분야의 변화를 보면 제일 중요한 특징은 경제정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의 경제정상화와 경제상황개선을 이룩한 것은 김일성시대부터 극찬해 온 소련식 중앙계획경제의 덕택이 아니라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시장화 때문입니다.
문제는 제한적이지만 시장경제의 활성화는 경제성장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만 초래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장화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없지 않습니다. 시장화가 초래한 문제점 중에 제일 큰 것은 사회양극화, 즉 심각한 빈부격차입니다.
물론 김일성시대에도 북한은 평등한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간부들은 일반사람들이 꿈에도 보지 못했던 소비품을 공급 받을 수 있었고, 잘 먹고 좋은 옷을 입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이와 같은 사치품을 국가에서 사실상 공짜로 받았기 때문에 1960-70년대의 북한에서는 빈부격차가 드러나지 않았고 객관적으로 측량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격차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북한에서 자발적인 시장화가 시작되자 그전부터 있었던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주민들이 빈부격차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였지만, 김정일시대에는 권력보다 돈의 힘이 세졌습니다. 북한에도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생겨났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이러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보면서 불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빈부격차는 시장경제의 불가피한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의 역사적 경험이 잘 보여주듯 시장경제만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주민 대부분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제체제입니다.
빈부격차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올바른 입장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빈부격차는 시장경제 체제의 필요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세계에서 제일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들은 빠짐없이 빈부격차를 감소시키려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구라파 국가의 경우 이러한 정책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가 태어난 국가로 볼 수 있는 영국의 빈부격차는 주체식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북한보다 훨씬 덜합니다. 영국에는 꽃제비와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없고 어린이들은 다 무상교육을 받으며, 몸이 아플 때는 북한의 간부들조차 꿈도 꾸지 못하는 치료를 모두 다 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영국뿐만 아니라 모든 구라파 국가와 잘 사는 자본주의 국가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러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빈부격차를 감소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기본은 세금입니다. 선진국이면 주민들이 소득이 높을수록 국가에 바쳐야 하는 세금의 비율이 높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 소득이 낮은 미숙련노동자의 경우 세금을 아예 내지 않으며 학교교원이나 기술자와 같은 사람은 전체소득의 3분의 1 정도를 세금으로 내며, 돈을 잘 버는 공장주인이나 큰 상점주인은 번 돈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물론 국가는 부자들한테서 이렇게 걷은 세금(돈)으로 주민들에게 사실상 공짜로 교육,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도로와 통신의 발전을 이룹니다.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큰 부자들은 이렇게 높은 세금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주민들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부자들이 싫어한다 해도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세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시장경제가 초래한 빈부격차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