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은 7월부터 시작된 여러 행사에 미모의 여성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외부의 북한전문가들은 그 여성이 누구인지 몰랐고 언론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7월 하순에 북한 언론은 그 여성이 누구인지 드디어 알려주었습니다. 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리설주의 개인신상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남한과 일본 언론은 가수 출신이라고 보도했고 원래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 응원단 출신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저는 믿을 만한 얘기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리설주 개인신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공식행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북한 지도자들은 자신의 부인을 국민들 앞에 보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여사는 지금 북한에서 개인 숭배대상이지만 살아있을 때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는 70년대 여성동맹 최고 책임자로 정치활동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민들 앞에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명의 여자와 결혼하거나 동거한 김정일 위원장은 공개 행사뿐만 아니라 비공개 외교 행사까지 그들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전통을 왜 지키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는 이 질문에 아직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부부애가 중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결정은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내릴 수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부인과 같이 공개적으로 등장한 것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신비로운 신이 아니라 인간임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 북한 최고지도자는 일반 인간의 생활이나 감정이 있을 수 없는 사람처럼 묘사되었습니다.
우리가 소련역사를 보면 아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소련에서 부인이 공개적으로 동석하기 시작한 최고지도자는 고르바초프입니다. 1985년 4월에 소련 공산당 총 비서가 된 고르바초프는 소련국가를 민주화하고 자유화 할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주민들과 자유롭게 말하고 연설을 많이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모의 부인과 함께 주민들 앞에 자주 나왔습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경우 이러한 정치가 이중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부인을 높이 평가했지만 공산당 총 비서의 부인이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많은 소련 사람들은 고르바초프 총 비서가 부인의 말을 너무 잘 듣고, 그 여성의 통제를 받는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고르바초프 부인의 공개적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긍정적인 인식보다 강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나서는 리설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설주의 등장은 북한이 변화로 향하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