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소련 해체후 가장 환영받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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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 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소련 체제가 무너진 뒤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냐고 자주 물어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나빠진 것도 있고 좋아진 것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 소련 사람들 대부분은 초 강대국이었던 소련의 해체를 아쉬워했지만 사라진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아쉬워하지는 않습니다. 좋아진 것이 나빠진 것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변화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환영받았던 건 해외여행의 자유화였습니다.

사실 소련시절에도 당국은 북한만큼 주민들의 외국여행을 엄격하게 통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소련 시대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여권을 만들어 해외로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제한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제한은 국가에서 출국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상 해외로 나갈 수 없었고 허락을 받은 경우라도 마음대로 여행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주민들은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친척 방문이나 개인 여행이 허용됐습니다. 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사회주의 국가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주민들에게 해외여행은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소련 말기인 90년대 초부터 출국 허가제는 없어졌습니다. 소련 사람이라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고 여권만 있으면 아무 때나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었습니다.

가고 싶은 나라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으며, 단지 제한 조건은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의 입국 비자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러시아 사람들의 숫자는 이때부터 대폭 증가했고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자 그 숫자는 더 늘어났습니다.

통계를 보면 2013년에 외국 관광을 떠난 러시아 사람은 1천8백만 명입니다. 이 정도 숫자라면 부자들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해외 여행을 떠났다는 얘깁니다.

시베리아 광산에서 열심히 일한 광부들도, 지방 도시 학교의 교사들도 터키나 이집트와 같은 지중해 국가로 여행을 갔습니다. 이집트 5박 6일 여행은 1인당 7~800달러 정도 소요됐고 이것은 일반 노동자의 한 달 노임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이제 해외 여행은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고 유럽 주요 관광지나 지중해 등 어디서나 러시아 말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