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게 늘어난 고급간부나 외교관들의 탈북사건은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탈북한 북한 외교관들은 공개화된 사건만 계산할 경우 7명입니다. 무역일꾼들도 많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언론은 북한역사에서 1950년대 말부터 보지 못한 탈북사건이 북한 국내 동요의 증상이라고 가끔 보도합니다. 나는 이것이 사실인지 모르지만, 외교관과 무역일꾼들의 탈북사건은 어떤 것보다도 김정은 시대의 대규모 숙청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실상 장성택 숙청 때 극에 달한 김정은의 피의 숙청이 탈북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처음부터 별 의심이 없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평범한 사람들을 수용소로 많이 보냈지만 고급간부들이나 인민군 장성급 군인들을 겨냥한 숙청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고급간부에 대한 숙청이 크게 늘어나서 북한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도 겁을 먹고 있으며 탈북할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 단계에서 북한 엘리트계층이 숙청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하다고 해서 체제를 타도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 교체를 위해 무슨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설사 이러한 음모가 성공한다 해도 대중을 동요시키고 민중혁명과 내란상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러한 민중혁명은 89년 동독의 민주 혁명처럼 통일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북한 권력층만큼 남북통일을 무섭게 생각하는 사회세력이 없습니다. 그들은 통일이 온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것입니다. 바로 혁명과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들은 현 단계에서 체제전복의 음모를 꾸미기 보다는 기회가 있을 경우에 개인적으로 탈북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변수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탈북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외교관과 무역일꾼들에 대한 감시를 많이 강화할 것입니다. 아마 외교관 가족들을 모두 다 평양으로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외교관들의 숫자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김정은이 탈북사건 때문에 국내에서 권력자들을 겨냥한 대규모 숙청을 시작할지 여부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김정은이라는 사람은 화를 쉽게 내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소식을 들은 다음에 의심스러운 사람을 퇴직시킬 뿐만 아니라 수용소나 처형장으로 보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아마 감정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행위를 이해할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북한 상황을 분석하면 보다 더 많은 숙청은 위험한 후과만 초래할 것입니다. 공포가 더 많아진 사람들은 탈북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간부 탈북사건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꺼번에 많은 무역 일꾼들을 소환해버린다면 북한의 생명줄인 외화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간부탈북과 북한의 체제위협은 서로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숙청 때문에 탈북이 더 많이 생기고 많아진 탈북 때문에 더 많은 숙청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이 악순환은 북한이란 국가의 기반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일 합리주의적인 태도는 많아지는 탈북사건을 불가피한 일로 보고 탈북문제를 이유로 피의 숙청이 더욱 심해지지 않게 하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과 그 측근들이 이러한 정책을 채택할 마음의 여유와 능력이 있느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