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 경제 발전시킬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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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오로지 경제입니다. 김정은의 통치 밑에서 북한이 빠른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면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아주 오랫동안 권력과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세기의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인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보다 경제성장입니다. 인민들은 민주주의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경제발전으로 잘 살 수만 있다면 독재정권을 견딜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권력층은 살아남기 위해 경제를 빨리 발전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지난 100년의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경제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뿐입니다.모택동시대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었고, 등소평시대 시장경제를 선택한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의 경제강국이 되고 인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시장경제를 개발하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상입니다. 물론 북한 권력계층 사람들 대부분은 주체사상을 별로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체사상 없이 인민들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수십 년 동안 운운해 왔던 주체사상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시장경제를 환영한다면 평범한 인민들은 정신적인 혼란을 겪고 흔들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경우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정책은 개혁으로 알려졌고 중국공산당은 중국 자본주의를 ‘중국특색 사회주의’라고 부르며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상 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인민들을 통제하고 공산당의 정당성, 즉 나라를 통치할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경우 개혁이라는 말도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단어는 다른 국가인 중국 냄새가 많이 날 뿐만 아니라 북한 관영 언론이 1990년대부터 날카롭게 비판해 온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다면 어떨까요? 사실상 이것은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서 실시해 온 정책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김일성시대에 비해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시장경제의 성장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경제성장 및 인민생활수준 향상을 초래할 시장경제를 키우기 위해서는 법률도, 사법제도도, 은행구조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시장경제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되는, 듣기 좋은 말을 만들어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시장화’를 개혁이 아니라 ‘경제관리 개선’, 아니면 ‘주체식 경제방법’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돈주나 자본가들을 ‘주체식 독립 경제일꾼’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듣기 좋은 말입니다. 주체나 사회주의란 용어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새로운 경제를 묘사할 때 겉으로나마 사회주의나 주체사상이라는 딱지를 가능한 한 많이 붙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제도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은 시장화의 길이지만 그 길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결정권자들은 사상 부문에서 눈치를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