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리설주 등장과 민중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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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내부에서 새로운 변화가 눈에 뜨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새경제관리체계로 불리는 경제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최고 지배계층에서 군대와 로동당의 첨예한 대립은 계속 되어왔습니다. 군과 당의 권력경쟁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과 대중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많은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정치 문화를 살펴보면 최고 지도자의 사생활은 절대 비밀이었습니다. 수많은 여성과 결혼하거나 동거했던 김정일이 공식행사에 부인과 같이 참여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미모를 지닌 부인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매주 2~3번 정도로 자주 공식 행사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개인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 둘 다 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이유는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재자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남자라면 여성과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자신의 부인을 사랑하고 아끼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고 봅니다. 요즘에 김정은은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더 풍부한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인을 민중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자신을 엄격한 독재자보다 인간다운 령도자로 보여줄 생각이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남한에서의 리설주는 대단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리설주 때문에 김정은을 북한의 독재자보다는 한 인간으로 보게 된 남한 주민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리설주는 나중에 북한의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세계에서도, 김정은에 대한 희망이 큽니다. 젊은 지도자가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없애버리고 협박외교를 포기한 다음에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을 이루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책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러한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리설주도 김정은에게 정치적인 부담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리설주의 미모와 매력은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휴대하는 작은 가방은 미국 돈으로 1600딸라입니다. 북한 가족은 이 돈이면 일 년 넘게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이것을 문제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김정은에 대한 실망이 커지기 시작한다면 리설주가 좋아하는 비싼 시계나 가방은 문제가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민중의 생활을 개선하는 조치를 하루빨리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