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란 사람이 북한 지도자가 된 지 거의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북한 내부의 상황을 보면, 김정은의 국내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정은 시대의 정치 노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방이 없는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북한 집권 계층의 입장에서 판단하면, 이것은 합리주의적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정책 노선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는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이 개혁을 시작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 경제가 이대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간과하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판단으로는 북한이 앞으로도 10~20년 동안 그대로 지탱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먼 미래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젊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과 달리 40~50년 이후에도 나라를 그대로 통치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북한 경제가 중국이나 남한만큼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경제를 구원하고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중국과 베트남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 방법은 경제 개혁뿐입니다. 중국은 말로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건설하고 세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개혁이라는 것은 반동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개혁이라고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셀 수도 없이 비판했던 개혁이라는 단어 대신에 듣기 좋은 다른 말로 내용이 개혁과 똑같은 정치 노선을 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개방 문제입니다. 중국은 개혁을 하는 동시에, 국내에서의 통치방식과 감시를 많이 완화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대폭 늘렸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와 같은 개방 문제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는 개방정책을 실시한다면 김정은을 비롯한 집권 계층의 권력 유지가 어렵거나 아마 불가능해 질 것입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한반도 남쪽에 매우 잘 사는 남한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짐작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북한이 개방정책을 도입한다면 남한 생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세계 다른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국가 보위부와 같은 북한 권력기관에 대한 공포가 사라질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주민들은 1990년대 동독 사람들처럼 체제에 대해 도전하게 될 것이고 너무나도 잘 사는 남한이 주도해 당장 통일을 하자고 요구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같은 위험을 잘 아는 북한 집권 계층은 개혁은 그 명칭을 바꿔 점진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지만 개방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방과는 반대로 그들은 국내에서 주민들의 감시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할 것입니다.
물론 개방이 뒤따르지 않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개혁정책만으로는 북한의 경제 성장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제 1위원장을 비롯한 집권 계층 입장에서 보면, 경제성장보다는 정권안정 및 체제유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그들에게는 개방이 없는 개혁 밖에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는 것입니다.